최요삼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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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률의 스포츠레터]최요삼 사건 틈타 권투계 분열상 악화 우려
'투혼의 복서' 최요삼이 3일 새벽 0시 1분을 기점으로 '영원한 챔피언'으로 남게 됐습니다. 권투 중흥을 위해 목숨을 바친 열정과 6명의 귀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장기를 바친 그 숭고한 정신에 이제는 마땅히 우리가 바쳐야 할 찬사입니다.
또한 고인을 계기로 우리나라 권투가 다시금 중흥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그래야 고인의 귀한 목숨이 헛된 것이 아니게 되고 권투역사에 영명(英名)이 향기를 남길 것입니다.
하지만 그토록 고절한 고인의 권투정신이 꼬여든 한무리 파리떼들로 퇴색될까 하는 우려도 슬그머니 떠오릅니다. 종합격투기 등에 밀려 쇠락한 권투계를 떠나 있다가 고 최요삼 사건을 계기로 한목소리를 내겠다는 무리들입니다.
고인의 뇌사판정 여부가 결정된 지난 2일 서울 아산병원 중환자실. 한 권투관계자는 현란한 복싱스탭을 보는 것처럼 민활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취재진에게 고인과 친분을 자랑스레 늘어놓는가 하면 어느 틈엔가 고인의 가족과 관계자들을 중간에서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병원 뇌사판정위원회로부터 최종 뇌사 판정이 결정된 뒤에는 몇몇 사람들의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였습니다. 고인의 어머니 오순이 씨가 침통한 마음으로 중환자실의 아들을 본 뒤 보호자실로 들어오자 병원이 떠나갈 듯 이 관계자의 울음섞인 기도가 터져나왔습니다. 상대에 대한 위로보다는 슬픔의 과시와 과장인 듯한 느낌이 든 것은 저 혼자만이었나요?
고인의 권투인생을 곁에서 지켜봐온 한 권투원로가 보다 못해 나섰습니다. 가뜩이나 마음이 침통한 가족을 붙들고 뭐하냐는 것이었습니다. 더욱이 어려울 때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다 언론이 주목하자 친분을 과시한다면서 언성을 높이기까지 했습니다.
또 고인과 가족의 마지막 면회를 앞둔 오후 8시 반께. 당초 일반인 면회 뒤 마지막 모습을 피붙이에게 보이기 위해 마련된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마지막 '때'가 되자 권투계 인사들이 우르르 몰렸습니다. 물론 이런저런 친분들이 각별하겠지만 각 언론사에서 추첨을 통해 뽑힌 취재진이 동행할 예정인 때문은 아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한국권투위원회(KBC)와 재야 권투인 사이 주도권 다툼
국내 프로복싱을 주관하는 한국권투위원회(KBC)와 전 세계챔피언 등 재야 권투인사들 사이의 알력다툼도 걱정스럽습니다. 내로라하는 왕년의 챔피언들을 주축으로 한 권투계인사들은 지난달 27일 고인이 입원 치료 중이던 서울 한남동 순천향대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고인의 병문안도 주된 목적이었지만 결국은 바닥이 난 KBC의 건강보험금을 캐묻자는 것이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한 인사의 과장된 격양스런 억양 속에 건강보험금 외에 응급상황에 대한 미숙한 처리 등 전반적으로 KBC를 규탄하는 성격이 더욱 짙었습니다.
당초 고인의 장례식은 '한국권투위원회장'으로 열릴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전 세계챔프 등 인사들이 반발해 '권투인장'으로 열리게 됐습니다. 권투인장은 지난 1982년 역시 권투경기 후 사망한 고(故) 김득구 선수가 유일했습니다.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임에는 틀림없지만 그 과정 상 양 측의 주도권 다툼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고인의 가족 중 한 분은 이제 치러질 장례식에 대해서 은근히 걱정스러움을 내비쳤습니다. 고인의 평안한 갈 길을 바라야 할 장례식에서 자칫 분열된 권투계의 갈등상이 불거질까 하는 염려지요.
최요삼이 사라지면서 이제 국내 권투계는 스타가 전무하다시피 한 상황입니다. 지인진, 최용수 등 전 세계챔프들이 떠난 가운데 유일한 스타급 선수가 고인이었고 세계챔프감이 될 만한 선수도 눈에 띄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고인의 사고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습니다. 소외됐던 복싱계가 국민의 관심을 받을 수 있고 또 불미스러운 일이나 고인의 선행이 격투에 대한 반감을 누그러뜨릴 수도 있습니다.
공생, 공멸의 갈래길. 그 초입의 문을 최요삼이 일단 온몸을 던져가며 두들겨 열었습니다. 고인의 희생이 공명(空鳴)이 돼야 하겠습니까? 권투계의 반목을 씻고 중흥을 이끄는 공명(共鳴)이 돼야 하겠습니까? 고인의 죽음이 헛된 것이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p.s- 지난 9월 고인이 WBO(세계복싱기구) 플라이급 대륙간 챔피언 타이틀을 따낸 뒤 인터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고인이 남긴 말이 현재의 권투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 같아 함께 올려놓습니다.
CBS체육부 임종률 기자 [email protected]/노컷뉴스 영상취재팀 권오상, 김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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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문뜩 고최요삼선수을 보면서 느낀거지만..
타스포츠에 비해서 고생하는거에 비해 대전료가 지나치게 싼것같네요..
6명의 새생명을 살리시고 떠난 고최요삼선수
당신은 영원한 챔피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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